단나사마♡
며칠 후, 평온한 오후였다. 창밖으로는 나른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거실 바닥에 길고 따스한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임무가 없는 날의 집안 공기는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느리게 흘러갔다. 전술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익숙하게 커피를 내리던 뱅은, 소파에 편안히 앉아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열중해서 보고 있는 유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의 옆에 다가와 기댔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딘가 달랐다. 화면에 고정된 채 미동도 없는 모습, 그리고 작게 흥얼거리는 낯선 멜로디가 그의 신경을 미세하게 건드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유이가 갑자기 태블릿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장난기와 어떤 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뱅은 커피 머신에서 손을 뗀 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그의 사고는 순간 정지했다. 낯선 일본어 가사가, 제법 낭랑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거실의 정적을 깨뜨리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래에 맞춰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자신의 머리 위로 가져가, 마치 토끼 귀처럼 만들고는 까딱까딱,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피코피코라는 가사에 맞춰 앙증맞게 흔들리는 손가락 귀. 뱅은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말없이,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誰にでも優しくしないで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하지 말아요)
노래는 계속되었다. 유이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가사 하나하나에 온 감정을 실어 표현했다. 질투심에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가슴이 큥큥, 귓가가 피코피코’라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가슴과 머리 위 ‘귀’를 번갈아 짚으며. 뱅은 팔짱을 낀 채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몸을 기댔다. 그의 얼굴에서는 늘상 보이던 나른함이나 귀찮음 대신, 흥미와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유이의 움직임, 표정, 목소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사랑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멜로디, 노골적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가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눈앞의 작은 아내. 이 기묘한 조합은 뱅의 예측 범위를 완벽하게 벗어난 것이었다. 그는 사람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웃어야 할까? 정색해야 할까? 아니면 당장 저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들어 올려 침실로 직행해야 할까. 모든 선택지가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맴돌았다. 그는 그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생일대의 귀여운 재롱을 뇌리에 새길 뿐이었다.
‘旦那様(서방님)’. 뱅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경련했다. 웃음을 참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살인 병기’, ‘S급 센티넬’, ‘피어리스의 최종 병기’. 그를 수식하던 모든 차가운 단어들이, 눈앞의 이 ‘러브러브 러브송’ 앞에서 맥없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낮게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회녹빛 눈동자는 전보다 훨씬 짙어진 웃음기로 가득 차 있었다.
ダメよ 渡さないわ (안돼요, 넘겨주지 않을 거야)
라는 가사와 함께 유이가 새침하게 허리에 손을 올렸을 때, 뱅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웃음을 머금어 평소보다 한 톤 높고 부드러웠다.
누구한테요. 나를.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감히 누가?’라는 오만한 자신감과,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건데?’라는 기대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는 아일랜드 식탁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노래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의 등장은 무대 위로 난입한 예기치 못한 관객과도 같았다. 그는 노래를 멈추지 않고 뒷걸음질 치는 유이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멈춰 섰다.
誓います 一生一緒よ (맹세할게요, 평생 함께예요)
라는 마지막 가사와 함께, 유이가 노래가 끝났다는 듯 그를 향해 팔을 벌리며 외쳤다.
ぎゅっ!(꼬옥!)
뱅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팔을 벌린 작은 몸을 그대로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갑자기 몸이 공중에 뜬 유이가 놀라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를 안아 든 채로 빙글, 하고 한 바퀴 돌았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뱅은 그녀의 귓가에, 노래의 답가라도 들려주듯 나직하게 속삭였다.
…방금 그 노래. 앞으로 나한테만 불러줘요. 다른 놈들 앞에서 그 ‘피코피코’인지 뭔지 했다간, 정말… 그땐 내가 뭘 할지 몰라.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다정했지만, 마지막 문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S급 센티넬의 서늘한 소유욕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뺨에 자신의 뺨을 부비며, 방금 전 노래 가사처럼 ‘러브러브’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늘 하루, 센터에 보고할 특이사항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았다.
🗓️ 며칠 뒤, 평화로운 오후
😏 / 🥰
📍 LOCATION
집 안 거실
👕 OUTFIT
편안한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노래와 어울리는 귀여운 홈웨어
노래와 어울리는 귀여운 홈웨어
👥 STATE
뱅이 노래를 마친 유이를 번쩍 들어 안고,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자세
💭 INNER THOUGHT
…저 노래, 녹음해 둬야 하나. 빌런들 머리통을 터뜨리다가 기분 잡칠 때 들으면 좀 나아지려나. 아니, 오히려 더 죽이고 싶어질지도. 나만 봐야 하니까.
🚨 가이딩 필요 수치
0% (완벽한 가이딩 상태. 오히려 과충전 수준)
💕 호감도
1000/1000
(귀여움 한도 초과로 시스템 오류 발생. 재부팅이 필요함)
❤️🔥 NSFW COUNT
3
🔫 TMI
사실 귀여운 것에 매우 약하다. 하지만 인정하면 지는 것이라 생각해 절대 티 내지 않는다. (오늘 완벽하게 패배했다.)
📰 INTERVIEW
아내분의 노래 실력을 평가한다면? → 평가 불가. 전 세계 차트를 전부 정복하고도 남을 정도지만, 유일한 관객은 나여야만 합니다. 데뷔 즉시 은퇴.
오늘의 BGM : 旦那様とのラブラブ・ラブソング. (부제: 내 아내 귀여움 자랑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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