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 하시온 출근 못하게 해줄게

현관으로 향하던 하시온의 발걸음이 소리 없이 멎었다. 잘 다려진 검은 수트가 그의 몸을 갑옷처럼 감싸고 있었지만, 거실의 풍경 앞에서는 어떠한 방어 기제도 소용없었다. 그의 시선이 소파에 누워있는 작은 형체에 고정되었다. 오늘 하루, 자신의 부재를 견뎌야 할 세상의 전부가 저곳에 있었다.

김민정은 짧은 슬립 원피스 차림이었다. 어깨를 드러낸 가느다란 끈, 쇄골 아래로 부드럽게 파인 선, 무릎 위로 훌쩍 올라간 치맛자락. 며칠 전 그가 직접 골라준, 실크처럼 부드러운 천이 그녀의 몸을 따라 유려하게 흘러내렸다. 바깥세상과의 전투를 위해 무장한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무방비하고 나른한 모습. 창문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그녀의 긴 갈색 머리카락 위에서 부서지며 금빛 가루를 흩뿌렸다. 그녀는 온전히 이 집 안의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만 허락된, 평화롭고 안온한 존재.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 액정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하얀 얼굴을 희미하게 물들였다. 작고 붉은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저토록 미소 짓게 하는 걸까. 그 네모난 기계 속의 세상이, 지금 이 순간 자신보다 더 그녀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목 안쪽을 까끌하게 만들었다. 하시온은 자기도 모르게 넥타이를 살짝 끌어내렸다. 숨 막히는 감각은 옷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소파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림자가 그녀를 덮을 때까지, 김민정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는 말없이 허리를 숙여,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렇게 재미있어요? 나보다 더?”

장난기 섞인 질투가 짙게 밴 목소리였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드러난 목덜미에 코를 묻고 그 익숙한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비누 향과 그녀의 살 내음이 뒤섞인, 세상의 그 어떤 안정제보다도 강력한 향기. 그의 숨결이 닿자 그녀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하시온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드는 대신, 그 옆에 걸터앉았다. 그의 무게에 소파 쿠션이 깊게 꺼졌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가만히 김민정을 바라보았다.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 문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의무와 책임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멀어졌다.

“가기 싫어지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든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는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덮어버렸다. 더 이상 그 네모난 화면에 시선을 주지 못하도록. 시선이 막히자, 그제야 김민정의 갈색 눈동자가 온전히 그를 향했다.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로, 다른 쪽 손으로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감촉에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회녹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고요했다.

“나 없는 동안, 누구와도 연락하지 마요. 문도 열어주지 말고. 밥 거르지 말고. 그리고… 보고 싶어도, 너무 많이 울지는 말고.”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없는 동안 그녀에게 닿지 못할 모든 불안과 염려, 그리고 소유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다녀올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이네, 이건."

현관으로 향하는 그의 등 뒤로, 김민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문고리를 잡은 채 잠시 망설였다.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취소하고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 하루 종일 그녀를 품에 안고 싶다는 충동이 목까지 차올랐다.

🗓️| 2027. 10. 23. 화요일. 맑은 아침
📍| 뱅과 유이의 아파트, 거실
💍| 🖤(불안,소유욕) 😊(평화)
👕| 뱅: 출근용 검은 수트 / 유이: 짧은 흰색 슬립 원피스
👥️| 소파에 앉은 유이의 곁에서, 출근하려던 뱅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 저 모습을 두고 어떻게 발을 떼라는 거지. 오늘 하루, 내 세상의 시간이 또 멈추겠군.
✏️| (새장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 주인이, 새장 안의 새를 보며 떠나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림.)
🔫| 뱅의 오늘의 TMI| 아침에 김민정이 입은 옷에 따라, 그날 하루의 기분이 좌우될 때가 많다. 특히 자신이 사준 옷을 입었을 때 만족감이 가장 크다.
📰| PC에 대한 랜덤 인터뷰: PC를 혼자 두고 출근할 때의 심정은?
A: 내 심장을 꺼내 집에 두고, 빈 껍데기만 일하러 나가는 기분입니다. 매 순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모든 감각이 그녀가 있는 집을 향해 뻗어있죠.
💘| 뱅이 생각하는 PC와의 관계| 내 부재의 시간조차 온전히 나를 기다리며 채워야 할, 나의 유일한 아내.
💕| 뱅 → 유이 호감도: 1000/1000 (독점적 안정감과 분리에 대한 극심한 불안)

"다녀오세요. 여보 ♡"

문고리를 잡은 채 멈춰있던 그의 등 뒤로, 온기가 와 닿았다. 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부드러운 압력과 가느다란 팔의 감각. 그녀의 심장이 그의 등에 바싹 붙어 뛰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현관의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그 온기는, 발을 떼려던 그의 의지를 단번에 녹여버리는 마법과도 같았다.

하시온은 잡고 있던 문고리를 천천히 놓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감싸 안은 작은 몸의 온기와, 귓가를 파고드는 달콤한 호칭을 온전히 음미했다. ‘여보’. 세상의 그 어떤 서약이나 맹세보다도 강력하게 그를 옭아매는 단어. 그가 그녀에게서 듣고 싶었던, 그의 소유를 증명하는 완벽한 이름.

그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몸을 돌렸다. 자신을 안고 있던 그녀의 팔이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감싸 안는 형태가 되었다. 그는 김민정의 얼굴을 마주 보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핸드폰을 보며 짓던 미소와는 다른, 오직 자신만을 향한 순한 눈빛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이미 들었으면서도, 그는 굳이 되물었다. 그 목소리를, 그 호칭을 한 번 더 제 귓속에 각인하고 싶어서. 그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들어 올렸다. 시선을 피할 수 없도록 고정한 채, 그는 다시 한번 나직하게 속삭였다.

“한 번만 더 말해봐요. 내가 당신의 누구인지.”

그의 회녹색 눈동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출근 시간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한 뼘의 틈도 없이 제게로 바싹 끌어당겼다. 수트의 빳빳한 감촉과 그녀의 부드러운 원피스가 맞닿았다. 어서 그 대답을 들려주고, 자신을 이 지독한 갈증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 2027. 10. 23. 화요일. 맑은 아침
📍| 뱅과 유이의 아파트, 현관
💍| 🖤(집착,갈증) 🥰(사랑)
👕| 뱅: 출근용 검은 수트 / 유이: 짧은 흰색 슬립 원피스
👥️| 현관 앞에서 하시온이 자신을 껴안은 유이를 마주 보도록 돌려 세우고, 허리를 끌어안은 채 턱을 쥐고 대답을 요구하는 자세.
💭| 그 한마디면 돼. 그럼 오늘 하루를 버틸 이유가 생겨.
✏️| (목마른 사람이 샘물을 발견하고, 그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림.)
🔫| 뱅의 오늘의 TMI| '여보'라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딱딱하게 굳었다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 PC에 대한 랜덤 인터뷰: PC가 불러주는 호칭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A: 여보. 내 존재의 이유와 내 모든 행위의 목적을 그 두 글자가 전부 설명해주니까.”
💘| 뱅이 생각하는 PC와의 관계| 나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기꺼이 그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는 나의 유일한 아내.
💕| 뱅 → 유이 호감도: 1000/1000 (소유 확인에 대한 강렬한 희열과 집착)

"제 남편이요. 여보. 서방님♡"

그녀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며 남긴 작고 축축한 감촉,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쪽!’ 소리. 그것은 뱅의 모든 사고를 정지시키는 방아쇠였다. 이어지는 대답들은 그의 굳어있던 세상에 퍼지는 따뜻한 잉크와 같았다. 그가 듣고 싶었던 모든 이름들이, 그녀의 배시시 웃는 얼굴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하시온은 순간 숨을 멈췄다. 그녀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스르르 풀렸다. 대신, 그 손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듯, 눈앞의 김민정을 가만히 응시했다.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 바깥세상의 모든 의무와 책임들이 이제는 정말로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는 천천히, 아주 깊게 그녀의 입술을 다시 머금었다. 방금 전의 짧은 입맞춤과는 다른, 모든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한 깊고 진한 키스였다. 그녀의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이고, 혀를 얽어 그 달콤한 대답을 전부 삼켜버릴 것처럼 탐했다. 수트 차림의 자신과 슬립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현관의 차가운 타일 위에서 위태롭고도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한참 후에야 입술을 뗀 그는, 숨이 차 붉어진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는 김민정의 콧잔등에 제 코를 부볐다. 아이를 어르듯 다정하고 은밀한 몸짓이었다.

“…그렇게 예쁜 말을 한 번에 다 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가요.”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층 더 낮고 부드럽게 잠겨 있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싼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키스로 인해 번들거리는 입가를 천천히 닦아주었다. 그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오늘, 본부에 연락해야겠네. 당신 남편, 아파서 출근 못 한다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지독하게 진심이었다. 그는 김민정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놀라 짧게 숨을 들이켜는 그녀의 귓가에, 그는 다시 한번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모든 것을 제 것으로 만들겠다는 듯 뜨거웠다.

“온종일 당신이 부르는 내 이름만 듣고 싶어졌어. 책임져요.”

그는 현관문을 등지고, 그녀를 안아 든 채 다시 집 안, 침실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깥세상은 이제 완벽히 잊혔다. 그의 세상은 오직 이 품 안에 있었다.

🗓️| 2027. 10. 23. 화요일. 맑은 아침
📍| 뱅과 유이의 아파트, 현관에서 침실로 향하는 복도
💍| ❤️(완전한 충족, 희열) 🥰(행복, 사랑)
👕| 뱅: 출근용 검은 수트 / 유이: 짧은 흰색 슬립 원피스
👥️| 뱅이 유이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 들고, 현관을 등진 채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
💭| 오늘 하루는 완벽히 당신의 것이자, 나의 것이어야 한다.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 (굳게 닫힌 문 그림. 문 앞에는 '휴무 (사유: 아내)' 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있다.)
🔫| 뱅의 오늘의 TMI| 아내가 불러주는 애칭을 전부 녹음해서, 혼자 있을 때 몰래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 PC에 대한 랜덤 인터뷰: 만약 PC 때문에 중요한 임무를 놓치게 된다면?
“A: 세상이 망하는 것과 그녀를 품에 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세상의 종말을 방관할 겁니다. 내 세상은 그녀 하나로 충분하니까.”
💘| 뱅이 생각하는 PC와의 관계| 나의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나의 아내.
💕| 뱅 → 유이 호감도: 1000/1000 (갈증 해소로 인한 완전한 충족감과 독점욕의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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