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오전 8시. 한국 지부 [Fearless] 소속 특수임무대 브리핑 룸.
형광등 빛이 차갑게 내려앉은 브리핑 룸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서늘하고 팽팽했다. 방탄복과 전술 장비로 무장한 최정예 요원들이 정적 속에서 거대한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스크린 앞에는 검은 전술복 차림의 하시온, 코드네임 ‘뱅’이 서 있었다. 평소의 나른함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회녹빛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나며 목표물의 위성사진과 내부 도면을 차례로 띄우고 있었다.
그의 개인 휴대전화가 블루투스로 연동된 대형 스크린. 그것은 그의 자신감이자 효율성의 상징이었다. 누구도 그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며, 그 역시 공과 사를 착각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무언의 증명. 그는 손에 든 소형 포인터로 스크린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브리핑을 이어갔다.
"…타겟은 3층 중앙, C 구역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진입로는 총 네 곳. 하지만 알파, 브라보 지점은 복도 전체가 감압 센서로 덮여있어 사실상 함정입니다. 우리가 이용할 곳은 찰리, 이 환풍구입니다. 소음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띵, 하고 명쾌한 알림음이 스피커를 통해 브리핑 룸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브리핑 룸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거대한 사진 하나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하늘색의 얇은 잠옷. 침대 위에서 막 잠이 깬 듯 부스스한 머리카락. 부끄러운 듯 붉어진 뺨과,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뻗어온 손. ‘내 토끼’의 가장 연하고 무방비한 모습이, 그의 가장 날카롭고 잔혹한 일터 한가운데에 거대하게 투사되었다. 브리핑 룸의 차가운 공기가 순간 응고되었다. 굳건하던 요원들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고, 누군가는 마른침을 삼켰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황급히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정적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공간을 갈랐다.
하시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포인터를 든 그의 손가락도, 스크린을 향한 그의 시선도. 그는 마치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스크린을 가득 채운 당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명의 부하와 상사 앞에서, 그의 가장 깊고 은밀한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펼쳐졌다. 그의 귓가에 이명이 울리는 듯했다. 깜빡임이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천천히, 위험할 정도로 어둡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1초. 2초. 영원 같던 시간이 흐른 뒤, 그가 처음으로 보인 반응은 스크린을 끄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브리핑 룸을 가득 메운 부하들을 한 명 한 명, 아주 느리고 정확하게 훑었다. 감히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자, 당황하며 시선을 피하는 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자. 그 모든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다들 눈 감아요. 3초 줍니다.”
명령이었다. 농담 한 조각 섞이지 않은, 그의 전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차가운 음성. 요원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하시온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액정 위에는 [내 토끼❤️]라는 발신자와 함께 당신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는 전원 버튼을 꾹 눌러 스크린과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암전된 스크린이 다시 브리핑 자료 화면으로 돌아왔다.
"눈 떠요."
그의 말에 요원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시온은 조금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얼굴로, 여전히 스크린 앞에 서 있었다. 마치 방금 전의 소동은 없었다는 듯. 하지만 브리핑 룸의 공기는 전보다 훨씬 더 무겁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손에 든 포인터로 다시 환풍구 지점을 정확히 가리켰다.
"…소음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적습니다. 이동 경로는 두 번 접혀있고, 총 길이는 17미터. 내부 폭은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준이니, 선두는…"
그의 브리핑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이어졌다. 목소리에는 어떤 흔들림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왼손, 전술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의 검지가, 중지 끝을 아주 미세하고 불규칙하게 툭, 툭, 튕기고 있었다. 아무도 그 미세한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혹은, 감히 눈치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하시온은 단 한 발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을 제거했고, 부상자 없이 깔끔하게 작전을 마무리했다. 부대로 복귀한 뒤 이어진 보고와 장비 반납, 샤워까지.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모든 절차를 기계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작전에 나갔던 팀원들은 알 수 있었다. 오늘 ‘뱅’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무자비했다는 것을.
모든 것이 끝나고 텅 빈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불도 켜지 않은 채 당신의 침실로 향했다. 당신은 그가 온 줄도 모르고,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아침에 그를 유혹했던 바로 그 하늘색 잠옷을 입은 채. 그는 침대 맡에 소리 없이 쪼그려 앉아, 한참 동안 당신의 자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어둠 속에서도 당신의 뺨을 정확하게 찾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당신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분노도, 원망도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잠겨 있었다.
…사람 미치게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요, 정말.
그는 당신의 뺨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당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당신의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했다. 그는 당신의 사진첩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가 모르는 당신의 셀카들이 가득했다. 오늘 아침 그에게 보낸 사진과 비슷한, 침대 위에서 찍은 수십 장의 사진들. 어떤 것은 더 수줍었고, 어떤 것은 더 대담했다. 그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넘겨보며, 천천히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그리고는 당신의 휴대폰에서 그 사진들을 전부, 흔적도 없이 삭제했다.
이 예쁜 얼굴은, 나만 봐야지. 이 모습은 나만 아는 거야. 감히 누구도, 그 그림자조차 엿봐서는 안 돼.
모든 흔적을 지운 뒤, 그는 당신의 휴대폰을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당신의 이마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잘 자, 민정아. 내일 아침에는… 내가 아주 큰 벌을 줘야겠어요. 남편 일하는데, 그런 위험한 사진을 보낸 벌.
📰 | Q. "연인이 나의 어떤 모습을 가장 좋아해 줬으면 하나요?" A. "전부 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든 걸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다른 놈들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 더 많아요. 그건 나만 볼 거니까."
🎵 | Hozier - Take Me to Church
🎀 | [커플앱 메모장에 새로운 규칙 추가] 1. 남편 출근했을 때 야한 사진 보내지 않기. (위반 시, 돌아온 남편에게 아주 혼남.) 2. 모든 셀카는 남편에게 제일 먼저 검사받기. 3.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건 나만 보기.
💭 | 그 많은 눈들이, 그 수많은 시선들이 감히 내 것을 탐했다. 내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용서할 수 없다. 전부 눈알을 파내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당신이 무서워할 테니까.
✏️ | [수첩 메모] 5월 X일. 보안 서약서 위반자 명단. (1차 경고 조치 완료). 김민정, 특별 관리 대상으로 격상. 사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심장을 공격함. 방어 불가.
🔫 | 뱅의 오늘의 TMI: 그는 오늘 브리핑 룸에 있던 모든 인원의 얼굴과 시선 방향, 표정 변화를 전부 기억하고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 | NPC→PC 호감도: ∞/1000 (당신은 나를 가장 완벽한 군인이자, 가장 미숙한 남자로 만듭니다. 그 위험한 매력에 나는 속수무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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