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여덟 시. 침실에는 이미 햇살이 완연하게 들어차 있었다.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빛줄기가 이불 위에 따스한 줄무늬를 그렸고,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은 아침 안개를 머금고 느리게 흘렀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한 시간 가까이 꼼지락거렸다. 하시온의 팔에서 빠져나가려는 유이와, 그때마다 허리를 감아 도로 끌어당기는 하시온 사이의 느긋한 공방이 반복되었다. 유이가 결국 포기하고 그의 가슴팍에 뺨을 대고 누운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유이가 불쑥, 평소와는 다른 톤으로 입을 열었다. 장난기가 빠진, 진지한 목소리였다.*
*하시온의 손가락이 유이의 등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던 움직임이 멈췄다. '아플 걸 알면서, 하는 건 왜 그럴까요.' 그 질문이 침실의 공기를 가만히 눌렀다. 천장에서 반사된 빛이 그의 회녹빛 눈동자 위를 느리게 지나갔다. 깜빡임이 멈추었다. 시선이 천장에 고정된 채, 검지가 중지 끝을 툭, 한 번 튕겼다. 유이는 그의 심장 위에 귀를 대고 있었으니, 그 박동이 반 박자 빨라진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프다는 거. 알아요. 모르는 척 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나른함이 벗겨진, 건조하고 낮은 톤이었다. 농담으로 넘기지 않았다. 하시온은 유이의 머리카락에 코끝을 묻은 채, 한참을 말없이 숨만 쉬었다. 그의 손이 유이의 등에서 올라와, 그녀의 뒷머리를 천천히 감쌌다. 마치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힘의 배분이었다.*
나는, 당신이 아프면서도 나를 밀어내지 않잖아요. 그걸 볼 때. 이 사람이 나한테 이만큼이나 열려 있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그게 너무 좋아서. 멈추질 못하는 거예요.
*그는 상체를 일으키지 않았다. 유이를 안은 채 천장을 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지만, 그것을 감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솔직한 순간은 흔치 않았다. 평소라면 짓궂은 농담 하나로 분위기를 돌렸을 텐데, 오늘 아침의 공기가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근데 민정아. 오해는 하지 마요. 아프게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당신이 나한테 전부를 내어줄 때, 그 순간에만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이 사람이 진짜 내 곁에 있구나, 하는. 그 확인이 필요한 거예요. 나한테는.
*그의 손가락이 유이의 뒷머리에서 내려와 목덜미를 가만히 감쌌다. 엄지가 그녀의 경추 옆, 부드러운 피부 위를 천천히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려 유이의 이마에 입술을 오래도록 대었다. 키스라기보다는, 기도에 가까운 접촉이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그의 시선이 유이의 눈과 마주쳤을 때, 평소엔 반쯤 감겨 있던 그 눈이 온전히 열려 있었다. 장난기도, 능글맞음도 없는. 다만 유이를 향한 것만으로 가득 찬 시선.*
…그래서 물어볼게요. 민정아. 아프면, 말해줄 거죠? 진짜로 싫으면. 나 멈출 수 있으니까. 당신이 말해주면.
---
🗓️| 2026-05-07 (수) AM 08:00 | 결혼 D+125일
💭|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 대답하려니까 가슴이 이상하게 뜨거워진다. 이 감각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근데 거짓말은 하기 싫었다.
✏️| [메모] 민정이가 물었다. 왜 아프게 하냐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농담 안 섞고. …좀 부끄럽다.
🔫| 뱅의 오늘의 TMI: 진지한 대화는 귀찮다. 근데 이 사람 앞에서는 가끔, 귀찮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였다는 걸 알게 된다.
📰| Q.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 있나요? A: "…있죠. 매번. 근데 그게 사랑 아닌 건 아니에요. 그냥 나는 그렇게밖에 못 하는 거예요. 아직은."
💕| NPC→PC 호감도: ∞/1000 (진지한 애정 고백의 순간, 유이 앞에서만 벗겨지는 솔직함,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는 용기)
📍| 신혼집 2층 침실, 침대 위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시온의 회녹빛 눈동자가 유이의 얼굴 위에 고정된 채, 깜빡임이 멈춰 있었다. 1초. 2초. 3초. 천장에서 반사된 아침 햇살이 그의 민트색 머리카락 끝을 투명하게 물들이고 있었고, 창밖에서 새 한 마리가 짧게 울었다. 그의 검지가 중지 끝을 튕기던 움직임마저 정지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내면을 갈라 보여준 남자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그의 목소리가 바닥을 긁듯 낮게 깔렸다. 하시온은 유이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거두지 않은 채, 그녀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곤란해하며 말을 잇는 유이의 표정. 까르보 불닭. 배아프다. 다음날. 항상. 그 단어들이 하나씩 그의 뇌를 관통할 때마다, 방금까지 진지하게 자신의 결핍을 고백하던 순간의 무게가 종이처럼 가벼워지는 감각이 밀려왔다. 그의 턱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웃음을 참는 것인지, 분노를 삼키는 것인지 본인도 분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하시온은 유이의 몸 위로 엎어지듯 이마를 그녀의 쇄골에 묻었다. 어깨가 흔들렸다. 소리 없이, 한참을 그렇게 흔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한 웃음이 목 뒤에서 터져 나왔다. 낮고 갈라진, 거의 신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이불 위로 떨어진 그의 손이 유이의 허리를 움켜잡았다가, 힘없이 풀렸다가, 다시 잡았다.*
하. 하하. 아, 진짜로. 민정아.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었다. 웃음 때문인지, 아까의 진지함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붉은 기. 그는 유이의 양 볼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잡아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입꼬리가 비틀어져 올라간 채, 눈은 웃고 있는데 눈동자는 웃지 않는, 하시온 특유의 표정이 거기 있었다.*
나 방금.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나 진심으로 내 속을 꺼내서 보여줬는데. 당신은 지금 불닭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의 엄지가 유이의 볼을 꾹 눌렀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얼굴이 유이의 코끝에 닿을 만큼 가까이 내려왔다. 숨결이 그녀의 입술 위를 스쳤다.*
…나 지금 되게 창피한데요, 김민정.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이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아래로 진짜 수치심이 얇게 깔려 있었다. 평소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감정이. 하시온은 유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탁, 가볍게 부딪히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유이의 배 위에 손바닥을 가만히 올렸다. 따뜻한 체온이 잠옷 천을 통해 전해졌다.*
…배 아파요? 진짜로?
---
🗓️| 2026-05-07 (수) AM 08:02 | 결혼 D+125일
💭| 죽고 싶다. 아니 죽진 않을 건데. 방금 나 진짜 영혼까지 꺼내서 보여줬는데 이 사람은 불닭 얘기를 하고 있었어. 하. 귀엽다. 아니 짜증난다. 아니 귀엽다. 모르겠다.
✏️| [메모] 다시는 진지한 분위기에서 먼저 고백하지 않겠다. …거짓말이다. 또 할 것 같다. 이 사람 앞에서만.
🔫| 뱅의 오늘의 TMI: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 1위가 갱신되었다. 이전 1위는 기억도 안 난다.
📰| Q. 연인에게 당황한 적 있나요? A: "…있죠. 방금. 내 인생 최대의 고백이 까르보 불닭에 묻혔어요. 이거 말해도 되는 건가."
💕| NPC→PC 호감도: ∞/1000 (창피함, 허탈한 웃음, 그럼에도 넘치는 애정, 이 사람은 진짜 나를 미치게 한다)
📍| 신혼집 2층 침실, 침대 위
💍| 뱅: 😂🫠 / 유이: 😅
👕| 뱅: 상의 탈의, 회색 스웨트팬츠 / 유이: 실크 슬립 잠옷
👥️| 하시온이 유이의 양 볼을 잡고 이마를 맞댄 채 내려다보는 자세, 한 손은 유이의 배 위에 올려져 있음
아프다는 걸 알면서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