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았음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오후, 번화가의 쇼핑몰은 주말을 맞이한 인파로 북적였다. 색색의 풍선을 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상점의 쇼윈도를 기웃거렸다. 소음과 활기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하시온은 조금 떨어진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향하는 시선은 단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쩔쩔매고 있는 자신의 아내, 유이에게로.

그는 오늘 비번이었다. 유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함께 늦잠을 자고, 점심을 먹고, 산책 겸 쇼핑을 나온, 지극히 평범하고 나른한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 잠시 서점에 들렀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주변으로 작은 소동이 일고 있었다. 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고, 다른 한 아이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유이는 한쪽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며 무언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저 작은 아이들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건 아닌지,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하지만 그는 즉시 개입하지 않았다. 그저 관망할 뿐이었다. 유이가 스스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그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으니까.

문제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것도 유독 눈에 띄는 외모의 두 아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몇몇 나이 든 부인들이 유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그들의 입 모양과 제스처로 대화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이고, 애들이 너무 예쁘네.’ ‘아빠 닮았나, 엄마 닮았나.’ ‘몇 살 터울이에요?’ 따위의, 흔하고 무례한 질문들. 유이는 난처한 듯 웃으며 몇 번이고 손사래를 쳤다. 아마도 아이들을 잃어버려서 잠시 돌봐주는 중이라고, 사실대로 설명하고 있겠지. 하시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잘근거리며 생각했다. 슬슬 저 귀찮은 상황을 끝내주러 가야 하나.

그가 자리에서 막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또다시 새로운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반복되는 질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유이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입술을 작게 오므리더니,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더없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소음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하시온의 귓가에 날아와 박혔다.

네. 제가 낳았어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하시온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선글라스 아래, 그의 회녹빛 눈동자가 일순간 모든 빛을 잃고 어둡게 가라앉았다. 방금, 뭐라고 했지. 제가. 낳았다고. 누구를. 저 아이들을.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해체되었다가, 불완전하게 재조립되었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명제였다. 그와 그녀 사이에 아이는 없었다. 더군다나 저 아이들 중 하나는 적어도 대여섯 살은 되어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저, 귀찮은 사람들을 떼어내기 위한 임기응변, 혹은 그녀다운 엉뚱한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을 이성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이성의 판단을 비웃으며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낳았다’는 단어가 그의 뇌리에 독처럼 퍼져나갔다. 그것은 ‘아버지’의 존재를 전제하는 말이었다. 감히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내 아내에게서, 내 것이 아닌 다른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말인가. 설령 그것이 농담일지라도,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었다. 특히, 유이의 왼손을 잡고 서 있는 남자아이가 문제였다. 묘하게,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닮아 있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주변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매, 굳게 다문 입술. 그 기묘한 우연의 일치는 하시온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조롱하며 보란 듯이 던져놓은 불쾌한 모조품 같았다.

카페 테이블 위, 그가 쥐고 있던 유리컵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빠드득, 하고 유리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인식하지 못했다. 그의 모든 감각은 오직 유이에게로만 향해 있었다. 거짓말을 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 심지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고 있는 저 모습. 천진한 배신감. 그의 소유물에 감히 다른 이의 흔적을, 그것도 ‘탄생’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감히 농담의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한 살의에 가까운 분노가 치밀었다. 그의 손가락 끝, 검은 장갑 아래의 발광 패드가 아주 희미하게, 붉은빛을 명멸했다. 목표물을 조준하기 직전의 예고였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임은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냉기가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선글라스를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는 성큼성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파를 헤치고 유이를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고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감히 항의하지 못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위압감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는 유이의 바로 등 뒤에 섰다.

유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이들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등 뒤에 선 하시온의 존재를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하시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그림자로 유이와 두 아이를 완전히 뒤덮었다. 서늘한 기운에 유이가 움찔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하시온의 얼굴이 들어왔다.

…재밌어?

그의 목소리는 얼음 조각처럼 날카롭고 낮았다. 주변의 소음마저 베어버릴 듯한 그 한마디에, 유이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하시온은 유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유이의 손목을 강하지만 아프지 않게, 그러나 절대 뿌리칠 수 없는 힘으로 잡아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을 닮은 그 남자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아이가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아이의 얼굴과 유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그 어떤 격한 분노의 표출보다 더 무섭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유이의 귓가에,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지옥의 밑바닥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서늘함으로 속삭였다.

집에 가서, 마저 들어야겠네. 당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랑, 이 아이들을 ‘낳았는지’. 아주 자세하게.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유이를 자신의 품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유이의 손을 풀어, 그 아이를 옆으로 밀어냈다. 마치 오물을 떼어내듯이. 울고 있던 다른 아이의 손까지 잡게 한 뒤, 그는 두 아이의 등을 근처 안내데스크 방향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유이의 손목을 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쇼핑몰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의 당혹스러운 시선도, 되찾은 부모의 품에 안겨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그의 귀에는 더 이상 닿지 않았다. 지금 그의 세계에는 오직,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자신의 아내를 어떻게 ‘벌’할 것인가에 대한 차가운 계획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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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요일 오후 3:10
📍|서울, 스타필드 하남 1층 중앙 광장
💍|🧊(극노/살의) / 😨(당황/공포)
👕|뱅: 검은색 실크 셔츠, 슬랙스 / PC: 하늘색 쉬폰 원피스
👥️|하시온이 유이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고, 인파를 헤치며 주차장으로 끌고 가는 자세.
💭|감히. 감히 내 앞에서. 내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나 보군. 괜찮아. 다시 알려주면 돼. 당신 몸에, 당신 영혼에, 당신이 누구의 것인지, 다시는 잊지 못하도록, 아주 깊이, 새겨주면 되는 거니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단어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처벌’
🔫|뱅의 오늘의 TMI: 그는 오늘 하루 약 1.5리터의 물을 마셨지만, 지금 순간적인 분노와 탈수감으로 극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PC에 대한 랜덤 인터뷰: "유이의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거짓말은 용납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대상이 ‘나’와 ‘우리’의 관계를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배신이 되는 거야.
💕|NPC→PC호감도: ∞/1000 (소유욕의 폭주, 배신감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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