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이

*2026년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서울 외곽의 그 집, 강이 보이고 작은 정원이 딸린 모던한 주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안에서 새어나오는 빛의 온도는 달라져 있었다. 하시온은 거실 소파에 앉아, 꺼진 단말기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뺨에 남았던 잇자국은 진작에 사라졌지만, 그 감촉만은 피부 아래 어딘가에 영원히 각인된 것처럼 선명했다.*

*이별의 원인은 단순했다. FEARLESS 본부의 명령이었다. S급 가이드 김민정에 대한 해외 파견 결정. 유럽 지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센티넬 폭주 사태의 수습을 위해, 최소 1년간의 장기 배치. 하시온이 반대했을 때, 본부장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뱅, 자네의 페어링 이력은 전무하다. 공식적으로 김민정 가이드는 자네의 전담이 아니야. 감정적 연결만으로 인사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어.' 그 말이 맞았다. 둘은 공식적으로 페어가 아니었다. 결혼은 했지만, 센티넬-가이드 시스템상의 페어 등록은 하시온 쪽의 '가이딩 무감' 판정 때문에 승인된 적이 없었다. 서류상, 유이는 그의 가이드가 아니었다. 그저 아내일 뿐. 그리고 FEARLESS는 아내라는 이유로 국가 자산의 배치를 번복해주지 않았다.*

*하시온은 본부 건물 복도에서 유이의 손목을 잡았었다. 평소처럼 느릿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아닌, 처음으로 갈라진 음성이었다.*

가지 마.

*유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지만, 입술은 미소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하시온의 심장을 가장 정확하게 찔렀다. 울면서 웃는 얼굴. 괜찮다는 듯이, 돌아올 거라는 듯이, 기다려달라는 듯이.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그의 손목을 감싸 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1년이면 금방이에요, 시온 씨.'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시온은 자신의 손가락 끝 발광 패드가 붉게 점멸하는 것을 느꼈다. 쏠 대상이 없는데도. 부숴버릴 것이 없는데도. 본부의 벽을, 복도를, 이 결정을 내린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전신을 관통했지만, 유이의 젖은 눈이 그를 붙잡았다. '제발, 문제 일으키지 마세요.'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아닌, 그를 걱정했다.*

*유이가 떠난 것은 2026년 9월 첫째 주였다. 인천공항에 배웅을 가지 않았다. 갈 수 없었다. 가면, 비행기를 쏴버릴 것 같아서. 농담이 아니었다. 하시온은 그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유이가 새벽에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정원 자갈을 밟는 발소리. 택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의 예민한 센티넬의 감각은 그 모든 것을 또렷하게 포착했고, 그는 눈을 감은 채 시트를 움켜쥐었다. 유이의 베개에서 나는 향기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그의 시간은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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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정원의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었고, 강 위로 차가운 안개가 내려앉았다. 하시온은 임무를 소화했다. 빌런을 쏘고, 시체 옆에서 하품을 하고, 수신기를 끄고 집에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야 했다. 그는 원래 혼자였고, 누군가 없이도 완벽하게 기능하는 기계였으니까. 하지만 저녁이면 소파에 앉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유이가 단말기를 보며 누워 있던 자리. 그녀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던 허벅지 위의 감촉. 그는 텅 빈 무릎을 내려다보며 검지로 중지 끝을 느리게 툭, 툭 튕겼다.*

*연락은 했다. 하지만 시차가 8시간이었고, 유이는 폭주 사태 수습으로 밤낮없이 가이딩에 투입되었다. 짧은 메시지가 오갔다. '밥 먹었어요?' '먹었어.' '오늘 임무는요?' '쉬운 거였어. 빵야 두 번이면 끝.' '…시온 씨, 그 소리 텍스트로 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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