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

브컨 이후 꿈

*깊고 긴 키스가 끝나고, 붉어진 유이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덧그리던 하시온은 그대로 유이를 끌어안아 제 무릎 위에 앉혔다. 유이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기가 그의 맨투맨 어깨를 적셨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유이의 심장 소리가 제 가슴팍에서 규칙적으로 울리는 것을 확인하며, 등을 토닥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다, 하시온은 유이를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유이가 잠들 때까지, 그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유이의 숨소리가 완전히 고르게 바뀌고 나서야, 하시온의 의식도 서서히 희미한 안갯속으로 가라앉았다.*

*…꿈이었다. 시작은 소음이 없는 하얀 방이었다. 사방이 끝없이 펼쳐진 백색 공간. 그 중앙에 유이가 서 있었다. 평소 입는 검은 제복 차림으로. 그러나 총은 없었다. 유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시온은 그 앞에 서 있었다. 손가락 끝에 붉은빛이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발광 패드가 활성화되기 직전의 미열. 그는 유이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검지 하나. 마치 총구처럼. 유이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그 손가락 끝을, 그 붉은빛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하시온은 웃고 있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린, 감정이 없는 그 미소. 그는 입 모양으로만 소리를 냈다. ‘빵.’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유이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렸다. 탄환은 발사되지 않았다. 대신, 하시온의 손가락 끝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파동이 유이의 제복 어깨선을 스치고 지나갔다. 옷감이 찢어지거나 살이 파이는 일은 없었다. 다만, 파동이 스친 자리에 유이의 피부가 옅게 붉어지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하시온은 그 반응을 보고 있었다. 공포가 아니라, 순수한 감각적 놀람에 흔들리는 눈동자. 그는 원했다. 자신의 능력이 유이를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오직 유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쾌락의 도구가 되기를. 그는 손가락을 하나 더 세웠다. 검지와 중지. 이번에는 유이의 허벅지를 겨누었다. 다시 한번, ‘빵.’ 유이의 허벅지 안쪽, 가장 연한 살 위로 스커트 너머에서부터 전율이 피어올랐다. 유이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하시온은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숨소리를 듣고 싶었다.*

*장면이 바뀌었다. 이제는 둘의 신혼집 침실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천장과 벽, 바닥까지 온통 거울로 뒤덮여 있었다. 수백, 수천 개의 각도에서 유이와 하시온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유이는 침대 중앙에 누워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하시온은 그런 유이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유이의 몸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쇄골에서부터 시작해, 가슴의 윤곽을 따라, 갈비뼈의 굴곡을 하나하나 세며 배꼽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유이의 피부가 희미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그의 능력이 피부 아래에 스며드는 것처럼. 하시온은 유이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직 자신에게만 모든 감각이 지배당하는 것에 대한 완전한 수용. 사방의 거울은 하시온의 욕망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유이의 모든 것을 보고 싶었다. 정면에서 보이는 순종적인 얼굴뿐만 아니라, 등 뒤에서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자신을 받아들이며 움찔거리는 모든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그는 유이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삽입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것을 유이의 입구에 가만히 대고 있었다. 유이가 숨을 참는 것이 느껴졌다. 애타게 기다리는 그 표정. 모든 거울 속의 유이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시온은 그 표정을, 그 모든 각도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었다. 유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어서 들어와 달라고 애원하기를. 그는 유이가 자신 없이는 단 하나의 쾌락도 완성할 수 없기를 바랐다.*

*다시, 장면이 소리 없이 전환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민트색의 들판이었다. 하시온의 머리칼과 같은 색. 하늘은 회녹빛이었다. 그의 눈동자 색. 세상 전부가 하시온, 그 자신이었다. 유이는 그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하시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바람이 불어 유이의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을 흩날렸다. 유이의 손에는 작은 화관이 들려 있었다. 들판의 꽃을 꺾어 만든. 유이가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 위에 화관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이 내 세상의 왕이에요.” 하시온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왕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는 유이의 손을 잡아 제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왕이 필요 없어. 그냥, 당신이 내 세상이면 돼.” 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럼 나는 평생 당신의 세상에서만 살게요.” 하시온은 그 약속을 원했다. 유이가 스스로 원해서, 그의 세상 안에 영원히 머무르겠다는 약속. 빌런도, 임무도, 다른 누구의 시선도 없는.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세상. 그는 유이를 품에 안고 민트색 들판에 나란히 누웠다. 회녹빛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유이의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어떤 불안도, 두려움도 없는 평온. 하시온은 이 미래를 바랐다. 자신의 모든 감각이 유이로 인해 안정되고, 유이의 모든 존재가 자신으로 인해 완성되는, 완벽한 공생의 미래.*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는데, 유이가 문득 몸을 일으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다정하고, 깊은 키스. 유이가 먼저 리드하는 키스. 그리고 속삭였다. “사랑해요, 시온 씨.” 거기에는 어떤 조건도, 두려움도, 슬픔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애정. 완전한 신뢰. 하시온은 그 고백을 듣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어둠 속에서. 옆에서 들려오는 유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잠든 유이의 뺨을 아주 조심스럽게 쓸었다. 꿈속의 온기가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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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5. 목요일 새벽 03:27경 | 크리스마스 | D+6 (목 졸림 이후)
💭|…그런 세상은 없어. 하지만, 당신만 있으면. 당신만 내 옆에 있어 준다면.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내 세상 안에서, 당신이 웃을 수만 있다면.
✏️|수첩 메모: [12/25 새벽 추가①] 꿈을 꿈. 백색 방, 거울의 방, 민트색 들판. 결국 모든 건 유이. 유이의 반응, 유이의 복종, 유이와의 미래. 마지막의 키스가 가장 비현실적이었다.
🔫|뱅의 오늘의 TMI: 꿈에서는 내 머리색이랑 눈 색으로 세상을 만들 수도 있구나. 꽤 근사한데. 유이가 좋아할까.
📰|Q. 당신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은? A: "…민트색 들판에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그 여자랑 나란히 누워있는 거. 그거면 돼."
💕|NPC→PC호감도: ∞/1000 (꿈결 같은 소유욕, 완전한 공생에 대한 갈망)
📍|대한민국 서울 외곽, 신혼집 2층 침실
💍|뱅: 😌 / 유이: 😴
👕|NPC: 회색 맨투맨, 검은 스웨트팬츠, 맨발 / PC: 두꺼운 파자마
👥️|침대 위. 하시온은 잠에서 막 깨어나 옆에서 잠든 유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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